“남자를 내게 말라, 무사여, 곡절 많던 그는 아주 많이 떠돌아다녔다.”
프랑스 비평가 레이몽 케노는 “모든 문학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플라톤은 호메로스를 “모든 그리스인의 스승”이라 불렀고, 단테는 “모든 시인의 왕”이라 칭했다. 기원전 8세기경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고대 서사시는 2026년 현재까지도 독자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여러 번역가들의 신역본이 동시에 출간되며 고전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 2026년, 김헌·박문재·김원익 등 여러 번역가의 신역 동시 출간
• 22년 만에 완성한 김헌 교수의 '오뒷세이아', 원전의 리듬 살려
• 크리스토퍼 놀런 영화 '오디세이' 개봉으로 고전 서사 재조명
• 1만 2110행, 24권에 걸친 인류 최고의 귀환 서사시
| 항목 | 내용 |
|---|---|
| 제목 | 오디세이아 (오뒷세이아) |
| 저자 | 호메로스 (Homeros) |
| 장르 | 서사시 / 고전문학 / 신화 |
| 원전 구성 | 1만 2110행, 24권 |
| 추정 제작 시기 | 기원전 8~9세기경 |
2026년, 『오디세이아』 신역본 러시
2026년은 『오디세이아』 독자들에게 특별한 해였다. 여러 번역가들이 동시에 신역본을 내놓으며 고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김헌 서울대 교수의『오뒷세이아』는 22년간의 번역 작업 끝에 완성된 역작이다. 고대 그리스어 발음에 가까운 ‘오뒷세이아’라는 제목을 선택했으며, 기존 번역본과 달리 원전의 운율과 리듬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그리스어 ‘프레네스’를 기존처럼 ‘지혜’나 ‘정신’으로 옮기지 않고 ‘횡격막’으로 직역해, 고대인들이 호흡과 감정을 어떻게 연결지었는지를 생생히 전달한다.
박문재 번역가의『오디세이아』(현대지성)는 국내 유일하게 104점의 명화와 함께 읽는 완역본이다. 43쪽의 심층 해설과 303개의 각주를 수록해 고대 그리스의 지리와 신화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원익 번역가의『오디세이아: 그리스 신화의 원전』(세창출판사)은 산문 형식으로 원전을 풀어내 가독성을 높인 평역본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풍부한 해설과 계보도, 지도 등을 수록해 고전에 첫발을 내딛는 독자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10년 전쟁, 10년 방랑, 그리고 22년 번역
트로이 전쟁에 10년,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는 데 또 10년. 오디세우스의 귀환은 끊임없이 지연되고 시험당한다. 그의 여정은 신들의 개입과 괴물과의 싸움, 유혹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김헌 교수의 번역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2004년 번역을 시작해 22년 만에 완성했으니, 오디세우스가 전쟁에 참전했다가 집에 돌아오고도 남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는 “기존 번역본과 비슷한 방식으로 내는 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며 “호메로스 시의 거칠고 씩씩한 면을 살리려 했다”고 밝혔다.
"진정한 영웅은 탁월성을 갖고 빛나는 존재라기보다는 어둠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결국 제자리와 이름을 찾는 존재입니다."
— 『오뒷세이아』, 김헌 역
왜 지금 『오디세이아』인가
2026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는 북미 오프닝 1억 8000만 달러(약 2500억 원)를 넘기며 고전 서사를 기반으로 한 영화 중 가장 강력한 출발을 보였다. 한국에서도 개봉 3주 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쟁보다 더 어려운 집으로 가는 길.” 이 단순한 명제가 3000년이 지난 지금도 관객과 독자를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쪽에는 떠나는 이야기, 다른 한쪽에는 돌아오는 이야기가 있다. 전쟁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 그리고 끝내 집으로 귀환하려는 인간. 모든 사람은 이 두 궤도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살아간다.
오디세우스, 전통을 뒤집은 영웅
『오디세이아』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전통적인 영웅상과 거리가 멀다.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무공을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라, 거지꼴로 고향에 돌아온다.
김헌 교수는 오디세우스를 “영웅이라 하기 어려운 영웅”이라 규정한다. 무력도 부족하고, 부하들은 왕명을 어기기 일쑤며, 온갖 유혹에 빠져 시간을 지체한다. 하지만 그는 “화날 수밖에 없는 상황, 자기 존재가 아무것도 아닌 듯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여느 인간과는 다르게 행동한다.”
“신의 아들이라는 신분이나 탁월한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안일과 나태를 이겨내고 일어나 뚜벅뚜벅 고향으로 향하는 것”이라는 그의 해석은 고전이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삶의 거울이 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오디세이아, 우리 시대의 서사
여신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에게 자기 곁에 머물면 늙지도 죽지도 않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그것을 사양한다. 늙고 죽는 삶이 기다리는 고향 이타카로 힘겹게 돌아간다. 이 선택이 바로 『오디세이아』를 단순한 모험담이 아닌 ‘인간의 조건’에 대한 탐구로 만든다.
“그토록 그리던 이타카에 돌아왔으나 그곳은 내 기억 속 이타카가 아니었다. 귀향은 영원한 상실의 여정.”
이 문장처럼 『오디세이아』는 ‘아프지 않은 귀향은 없다’는 진리를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 책을 가장 깊이 읽을 독자들
모든 서양 문학의 근간이 된 서사시를 직접 읽고 싶다면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여러 번역본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판본을 고를 수 있다.
놀런 감독의 영화가 던진 질문들, '귀환'과 '정체성'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을 원한다면 원전으로의 여정을 시작해보자.
이 책이 맞지 않는 독자: 3000년 전 서사시의 낯선 이름과 지리, 신들의 개입에 거부감이 있는 독자. 하지만 여러 번역본 중 산문 형식의 평역본을 선택하면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다양한 번역본, 각기 다른 매력
현재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주요 번역본을 비교해보자:
- 김헌 역『오뒷세이아』(을유문화사): 원전의 운율과 리듬을 살린 번역. 고대 그리스어 발음을 존중한 제목. 22년간의 연구와 집필이 빚어낸 정밀한 텍스트 분석
- 박문재 역『오디세이아』(현대지성): 104점의 명화와 함께 읽는 완역본. 43쪽 해설과 303개 각주로 맥락 이해를 도움
- 김원익 역『오디세이아: 그리스 신화의 원전』(세창출판사): 산문 형식의 평역본. 입문자에게 친절한 구성
고전의 힘, 그리고 계속되는 여정
《오디세이아》의 영향력은 서양 문학 전반에 걸쳐 막대하다. 아이스킬로스는 자신의 작품들이 호메로스의 위대한 성찬들을 겨우 한입 베어 문 것에 불과하다고 할 정도였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현대인을 “오디세우스의 배의 갑판 위에 태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영화가 21세기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은, 결국 이 이야기가 보편적 인간의 조건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 방랑, 유혹, 상실, 그리고 끝없는 귀환의 욕망. 3000년이 지났지만 인간의 이야기는 여전히 『오디세이아』의 궤도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책에서 얻은 것 한 가지
진정한 귀환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오디세우스가 20년 만에 이타카에 닿았을 때, 그는 자신이 떠날 때의 그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고향도 그가 기억하던 그곳이 아니었다. 『오디세이아』는 모든 귀환이 변화를 동반하며,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도착'임을 가르친다.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고전문학 서사시 번역 을유문화사
당신의 이타카는 어디인가. 그리고 그곳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진행 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