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위에 얹힌 왕관이, 세상에서 가장 호화롭다 믿었던 그 왕관이, 실은 지푸라기로 엮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2022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한국 문학의 새로운 얼굴로 자리매김한 박상영이 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로 돌아왔다. 그는 유쾌한 농담과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오가며 동시대 청춘의 사랑과 방황을 그려온 작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다르다. 작가가 처음으로 도전한 미스터리·스릴러 장르로, 한국 현대사 70년을 배경으로 재벌 신화의 이면과 비극적인 사건에 얽힌 과거의 비밀을 풀어낸다.
• 부커상·메디치상 후보 작가의 첫 미스터리·스릴러 장편
• 요코하마 화재로 시작된 자이니치 여성의 재벌가 추적기
• 한국 현대 경제사 70년을 관통하는 재벌가의 어두운 욕망
• 출간 전 사전예매 2만부, 열흘 만에 3만부 돌파
| 항목 | 내용 |
|---|---|
| 제목 |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
| 저자 | 박상영 |
| 출판사 | 래빗홀 |
| 발행일 | 2026년 7월 22일 |
| 장르 | 장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 |
| 수상 | 2022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 2024 메디치상 후보 |
화재로 시작된 추적, 70년의 비밀을 향해
소설은 자이니치(재일조선인) 3세인 마츠노 하나가 요코하마에서 어머니 마츠노 사치코의 화재 피해 소식을 접하면서 시작된다. 사망 직전 어머니의 유언은 하나에게 한국의 세일백화점 윤동주 회장을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하나는 기자 친구 맹준호와 함께 어머니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과거 세일백화점 미인대회 우승자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재벌가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소설은 1부 ‘타오르는 집’에서 하나의 현재 시점 추적을, 2부에서는 죽은 사치코의 시점으로 되돌아가 1970~1990년대 한국 경제성장기의 재벌가 권력 투쟁을 그려낸다. 전작의 1인칭 서술을 버리고 3인칭을 채택했으며, 유머와 위트를 과감히 배제하고 사건 중심의 건조한 서술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내 머리 위에 얹힌 왕관이, 세상에서 가장 호화롭다 믿었던 그 왕관이, 실은 지푸라기로 엮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손을 대기만 해도 바스러질 만큼 허술하게 꿴 허상에 불과한 것이었어."
—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박상영
”완전히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
박상영은 이번 작품을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요약한다. 그는 그간 동시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고독을 그려왔다면, 이번엔 자신과 전혀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 자신과 가장 먼 이야기, 그냥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1950년대생 재벌가 여성 윤동주다. 전쟁을 겪고 한국 경제성장기의 한복판에서 권력 투쟁을 견뎌낸 그녀의 삶은, 박상영 독자들이 익숙해온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EBS를 통해 한국사 공부를 시작했고, 재벌과 경제사에 관한 논문과 단행본 등 총 300편에 달하는 자료를 섭렵했다.
애거사 크리스티에서 영감을 받다
박상영은 어린 시절 과자 사 먹을 돈을 아껴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을 모두 읽을 정도로 ‘범죄의 여왕’의 열렬한 팬이었다. 이번 작품은 그가 오랫동안 품어온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애정이 결실을 맺은 결과물이다.
그러나 친숙한 장르라고 해서 쉽게 써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1부는 도입이었고 장르적으로 써야 하는데, 처음이다 보니 힘들었다. 많이 고쳤다”며 “진짜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2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작가 박상영
박상영은 1988년 대구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에서 프랑스어문학과 신문방송학을 공부했다.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단편소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21년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제39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고, 이 작품은 2022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 2023년 국제 더블린문학상 후보, 2024년 메디치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로 영상화되기도 했다.
이 책을 가장 깊이 읽을 독자들
재벌가의 형성과 권력 투쟁, 한국 현대 경제사의 이면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독특한 작품. 애거사 크리스티 팬이라면 더욱 반가울 선택지다.
'대도시의 사랑법'의 감성을 기대했다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왜 이번에 완전히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답을 준다.
이 책이 맞지 않는 독자: 전작 특유의 유머와 위트, 따뜻한 감성을 기대하는 독자. 이번 작품은 의도적으로 웃음과 따뜻함을 배제했으며, 하드보일드한 문체와 명확한 결말을 지향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가 재벌가의 어두운 욕망을 미스터리로 풀어낸 작품이라면, 박상영의 전작 『대도시의 사랑법』 은 동시대 청춘의 사랑과 방황을 유쾌하게 그린 연작소설이다. 두 작품을 함께 읽으면 작가의 스펙트럼을 극명하게 비교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와 재벌의 형성 과정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 자본주의의 기원』 (박구용) 이나 『재벌의 탄생』 (이영훈) 과 같은 논픽션을 함께 읽으면 소설의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사랑은 파멸을 부르는가
박상영은 인터뷰에서 “사랑이 아름다운 속성만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사랑의 감정으로 취약해진 사람은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도 하죠”라고 말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랑은 하나같이 파멸을 초래하는 씨앗이다.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한 자의 인정 투쟁,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끌려 범죄를 공모하는 후실들.
이 작품이 미스터리이면서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상영은 평범한 이들에게서 포착되는 사랑의 다채로운 감정들을, 가장 이질적인 공간인 재벌가에서 다시 발견해낸다.
이 책에서 얻은 것 한 가지
성공의 왕관은 생각보다 허약하다는 것. 그리고 그 왕관을 쓰기 위해 버려야 했던 것들의 무게. 소설은 재벌가의 미스터리를 넘어, 인간이 욕망하는 것의 본질과 그 대가를 묻는다.
지푸라기왕관을쓴여자 박상영 대도시의사랑법 미스터리 한국소설 래빗홀
당신이 쥐고 있는 왕관은 무엇이며, 그 왕관을 쓰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희생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