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탈을 썼으나 인간이 아닌 것, 혹은 인간이어야 마땅하나 인간이기를 스스로 멈춘 존재.”
성해나가 첫 기담집 『인비인(人非人)』으로 돌아왔다. 전작 『혼모노』가 40만 부 이상 판매되며 한국 문단에 신드롬을 일으킨 지 1년 3개월 만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소설집’이 아닌 ‘기담집’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묻는 아홉 편의 기이하고 서늘한 이야기가 여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7월 초 기준 종합 27위를 기록하며 한국 장르소설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 『혼모노』 작가 성해나의 첫 기담집,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묻다
• 어제·오늘·내일, 세 개의 시간 축으로 구성된 아홉 편의 기이한 서사
• 731부대 생체실험에서 AI 시대까지, 현실과 맞닿은 불편한 질문들
• 여름철 계절적 특성과 맞물려 7월 초 종합 27위 기록
| 항목 | 내용 |
|---|---|
| 제목 | 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
| 저자 | 성해나 |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 발행일 | 2026년 6월 19일 |
| 장르 | 기담집 / 단편소설 / 장르소설 |
| 페이지 | 312쪽 |
| ISBN13 | 9791172134297 |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존재들
제목 ‘인비인(人非人)‘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람이 아닌 것, 혹은 사람이어야 마땅하나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존재를 뜻한다. 작가는 이 위태로운 존재들을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세 가지 시간의 축으로 길어 올린다.
표제작 「인비인」은 일제의 731부대 생체실험을 모티프로 삼는다. 조선인 임산부에게 온갖 세균 실험을 자행한 결과, 눈도 귀도 팔다리도 없는 ‘가타마리’(덩어리)가 태어난다. 그러나 이 책이 묻는 것은 이 괴물이 인간인가 하는 질문이 아니다. 인간을 붙잡아 가두고 고문한 자들 역시 ‘인비인’이다. 인두겁을 쓰고 살아가지만, 타인에게 가혹하며 스스로 성찰하지 못하는 존재. 인간적이기에 더 섬뜩한 존재가 바로 ‘인비인’이다.
"인두겁을 쓰고 살아가지만, 타인에게 가혹하며 스스로 성찰하지 못하는 존재가 '인비인'입니다. 초월적 존재나 괴수가 아닌, 인간적이기에 더 섬뜩한 존재가 '인비인'입니다."
— 성해나 작가 인터뷰, 서울En
어제·오늘·내일을 가로지르는 아홉 편의 기담
이 책은 어제·오늘·내일이라는 세 개의 시간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제’의 이야기들은 역사와 죄의 무게를 탐구한다. 표제작 「인비인」은 일제의 생체실험을 통해 인간이 타인에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그린다. ‘죄의 흔적이 새겨진 벚나무 책상’이라는 이미지는 오래도록 독자에게 남는 찝찝함을 선사한다.
‘오늘’의 이야기들은 소비와 욕망, 그리고 인간관계의 기이한 단면들을 포착한다. 타인의 삶을 사고파는 경매장, 일상 속에 스며든 기묘한 현상들. ‘아미고’처럼 몇 년 전 《여름 기담》에서 먼저 선보였던 작품도 다시 만날 수 있다.
‘내일’의 이야기들은 기술과 노동, 그리고 인간성의 소멸을 전망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요기 서린 기계, AI와 공존하는 미래에서 인간다움은 무엇인지 묻는다. 한 독자는 “아홉 편을 다 읽었을 때, 오래 남은 것은 괴이한 형상 대신 사람의 얼굴이었다”고 말한다.
기담의 형식, 그러나 성해나의 깊이
성해나는 이번 작품에 대해 “기이함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사회 문제를 직시한다는 점에서 그간 써온 소설과 궤를 같이하고 있지만, 이번 작품들은 현실에 정박해 있기보다는 현실에 닻줄을 내린 뒤 상상을 유유히 부유하는 소설에 가깝습니다. 한 번쯤 써보고 싶었어요.”
독자들은 이 책에 대해 “적당히 기묘하면서도 적절한 끝맺음”을 보여준다는 평을 남긴다. 기담의 특성상 깔끔한 결말을 내기 어렵지만, 성해나는 오래 남는 찝찝함과 서늘함을 선사하면서도 이야기를 완결성 있게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가장 깊이 읽을 독자들
귀신이나 초자연적 존재보다, 현실과 맞닿은 기이함과 불편함을 즐기는 독자에게 이 책은 완벽한 여름철 선택지다. 오래 남는 서늘함이 매력적이다.
『혼모노』에서 느낀 날카로운 사회 인식과 문장력을 기대했다면, 이번 기담집에서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장르를 바꾸었지만 작가 특유의 '태연한 거침없음'은 여전하다.
이 책이 맞지 않는 독자: 깔끔하고 명쾌한 결말을 선호하는 독자. 이 책은 분명한 해결보다는 오래 남는 질문과 여운을 남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인비인』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묻는 기담집이라면, 성해나의 전작 『혼모노』 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탐구한 소설집이다. 두 작품 모두 경계에 선 존재들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공유한다.
또한, 『비인간』 (한겨레출판) 은 같은 출판사에서 기획된 시리즈로, 『인비인』과 함께 읽으면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이 더 깊어질 것이다.
기담 너머의 질문
이 책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단 하나다. 인간을 비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형상이 아니라, 다른 존재를 대하는 방식이라는 것.
AI와 챗봇이 일상이 된 시대, 우리는 더 이상 상대가 진짜 인간인지 아닌지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점점 낯설고 두려워지는 것은 그 기계들이 아니라, 그 기계들 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인간들이다. 이 기묘한 역전이 『인비인』이 남기는 가장 오래가는 불편함이다.
이 책에서 얻은 것 한 가지
인간성을 규정하는 것은 생물학적 조건이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것. 그리고 그 방식은 시대를 초월해 반복된다는 것. 731부대의 생체실험에서 AI 시대의 인간 소외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인간'이라는 탈을 쓴 채 진짜 인간다움을 묻고 있다. 성해나는 그 질문을 가장 기이하고 서늘한 방식으로 독자 앞에 던진다.
인비인 성해나 한겨레출판 기담집 한국소설 장르소설
당신은 오늘, 누군가를 대하는 자신의 방식이 진정 ‘인간적인지’ 묻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인간의 탈을 쓰고 있을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