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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에세이는 읽는 사람을 혼자 두지 않는다. 김혼비의 『다정소감』을 다 읽고 나면 방금 오래된 친구와 긴 수다를 떨다 헤어진 기분이 든다. 뭔가 해결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가벼워진다.

이것만 읽어도 됩니다
• 김혼비의 문장은 웃기면서 뭉클하다 — 동시에
• 코로나 이후 시대, "당연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책
• 에세이 초심자와 문학 독자가 완전히 다른 문장에서 멈춘다
항목내용
제목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저자김혼비
출판사안온북스
출간2022년
장르에세이·산문집
분량228쪽
전작『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전국축제자랑』
개념 시각화

김혼비의 문장은 왜 이렇게 동시에 웃기고 뭉클한가

에세이에서 유머와 감동은 보통 분리된다. 웃기려면 가볍고, 감동적이려면 진지해진다. 김혼비는 그 두 가지를 같은 문장 안에 구겨 넣는다.

그 비결은 관찰의 정밀함에 있다. 김혼비는 동네 마트에서 김솔통을 발견하는 순간, 친구가 20시간을 들여 끓여준 사리곰탕면을 먹는 순간, 축구 경기 후 언니들과 나누는 땀 냄새 나는 대화 같은 아주 작고 구체적인 장면을 포착한다. 그 구체성이 독자를 정확히 찌른다.

"모든 다정한 사람은 조금씩 유난하다. 작가의 문장은 그래서 유난히 반짝인다. 그렇게까지나 멀리 내다보고, 이토록이나 자세히 들여다본다."

— 다정소감, 김혼비

책 제목 ‘다정소감’은 ‘다정다감’을 장난스레 비튼 말이다. 동시에 김혼비가 다정들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의 총합이기도 하다. 이 이중성이 김혼비 문장의 작동 방식과 정확히 닮아 있다. 농담처럼 시작해서 진심으로 끝난다.

문체는 수다스럽다. 쉼표가 많고, 괄호가 자주 등장하고, 문장 안에 문장이 또 들어온다. 읽다 보면 작가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 친밀감이 이 산문집의 가장 큰 무기다.

왜 2022년에 이 책이 필요했을까

『다정소감』은 코로나 팬데믹을 통과한 직후의 책이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은 지금”이라고 김혼비는 서문에서 말한다.

2020~2021년, 우리는 일상의 많은 것을 잃었다. 친구와의 저녁 식사, 동료와 나누는 짧은 잡담, 좋아하는 가게에서 보내는 오후.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삶을 지탱하고 있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 시간이었다.

김혼비는 이 시점에 “다정의 기억들”을 꺼내든다. 거창한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장면들. 그 장면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닿는다.

에세이 초심자와 문학 독자는 이 책을 다르게 읽는다

에세이 초심자 독자

"에세이는 무거울 것 같아"라는 선입견을 가장 빠르게 깨주는 책이다. 문장이 가볍고 빠르게 읽히는데 어느 순간 멈추게 되는 문장이 나온다. 에세이 장르에 입문하기에 이보다 좋은 첫 책을 찾기 어렵다.
문학·에세이 독자

유머와 감동을 동시에 구사하는 김혼비 특유의 문체를 분석하며 읽는다. "이 문장이 왜 웃기면서 뭉클한가"를 추적하는 독서가 가능하다. 전작들과 비교하며 작가의 문체 변화를 확인하는 메타적 독서도 가능하다.

이 책이 잘 맞지 않는 독자도 있다. 에세이에서 깊은 사유, 철학적 성찰, 묵직한 통찰을 원하는 독자라면 “너무 가볍다”고 느낄 수 있다. 김혼비는 무겁지 않다. 의도적으로 무겁지 않다. 그 가벼움이 때로는 아쉬움이 된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아무튼, 술 (김혼비) — 이 책의 직접적 전작이자 김혼비 입문서다. 『다정소감』보다 더 유쾌하고 더 빠르게 읽힌다. 김혼비를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이 책을 먼저 읽어도 좋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혜민 스님) — 보완 관계의 책이다. 혜민 스님이 불교적 시선으로 일상의 위로를 건넨다면, 김혼비는 속세의 언어로 같은 지점에 닿는다. 두 책의 문체 차이가 흥미로운 대조를 만든다.

이 책 후에 읽으면 좋은 책: 모든 순간이 너였다 (하태완). 일상의 감각을 언어로 포착하는 방식에서 김혼비와 다른 결을 보여준다.

{/* 내부 링크: /books/essay, /books/kim-honbi 연결 가능 */}

K-에세이 흐름 속 김혼비의 위치

한국 에세이 시장은 201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촉발한 흐름에 최은영, 황인찬, 장류진 등 소설가·시인들의 산문이 합류했다.

김혼비는 이 흐름 안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웃기는 에세이’라는 장르적 정체성을 확립한 거의 유일한 작가다. 일본에서는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가 비슷한 포지셔닝을 갖는다. 가볍되 진지하고, 사적이되 보편적인 에세이. 김혼비는 그 계보의 한국적 버전이다.

해외 번역 출간은 아직 없지만, K-에세이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김혼비의 문체는 번역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형이기도 하다. 유머는 번역이 어렵지만, 구체적 일상의 감각은 언어를 넘는다.

이 책의 한계 — 솔직하게

글들 사이의 밀도 차이가 느껴진다. 어떤 글은 문장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어떤 글은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읽힌다. 산문집이라는 형식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 후반부가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있다.

또한 김혼비의 세계는 매우 사적이다. 축구, 술, 특정 인간관계. 이 소재들에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이 사람 이야기”로 끝날 수 있다. 에세이가 가진 구조적 한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필요한 이유는 하나다. 삶이 무거울 때, 이 책은 무겁지 않다. 그 가벼움이 때로는 가장 필요한 위로다.

"힘에 부쳐 주저앉은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건 우리 삶의 사이사이에 깃든 다정의 기억들을 불러오는 것이다."

— 다정소감, 김혼비

이 책에서 얻은 것 한 가지

'유난스러운 다정'이 사실은 삶을 지탱하는 가장 실질적인 힘이라는 것.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리곰탕면 한 그릇, 축구 후 땀 냄새 나는 대화, 마트에서 발견한 김솔통 같은 것들이 쌓여서 우리가 버텨온 거라는 걸, 이 책은 웃기게 그리고 정확하게 보여준다.

감성에세이 한국산문 일상의위로 다정한문장 에세이입문

당신의 삶에서 가장 유난스러웠던 다정은 무엇이었는가. 그것이 지금의 당신을 어떻게 만들었는가.

더 간단한 요약이 필요하다면 여기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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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Leo) 지식 아키텍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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